2009년 8월 15일 토요일

대학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세월이 지나 이제 저도 대학에 갈 나이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대학 원서를 준비하며 지난 6년간을 회상하고 있으니 저도 참 독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 남들처럼 SAT 공부를 하거나 특정한 상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한 적도 없고 방과후 클럽활동도 정말 하고 싶은 최소한의 클럽에만 참여했습니다. 그저 나름대로 개똥같은 신념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왔는데, 막상 대학 원서를 쓰려니 남들이 기본으로 보는 스펙조차 갖추기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높은 SAT 점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많이 하지도 않았거든요. 특히 특별한 상을 받은 경험이 단 하나도 없어서 원서의 한 페이지를 공백으로 채워야 하는 그야말로 안구에 습기가 차는 상황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잠시 블로깅은 10월까지 접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로 가진 것도 없는데 있는 거라도 잘 살리려고 노력을 해야 하겠죠.

남들이 SAT 공부하고 봉사활동 할 동안 저는 나름대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이게 그냥 망상이었을지, 아니면 옳은 답이었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겠죠.

저의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아볼 첫 기회입니다. 10월달에 다시 오겠습니다.

2009년 8월 1일 토요일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

이런 상상들은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할까? 이런 세상은 존재한다. 우리가 그 세상을 일주했다.
대안기업에 관심이 있고, 관련된 책을 찾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지나쳐 보았을 책입니다. 저 또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미래를 꿈꾸는 공상가여서 결국 책을 구해 읽어보게 되었지요. 아직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하고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이라니,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못해 이상적입니다. 책머리를 보니 세계일주를 하며 대안 기업가들을 만난 청년들이 쓴 책이랍니다. 저는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이산화탄소나 배출하는데, 누구는 벌써 세계여행을 하며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군요.

말머리를 읽으면 책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아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매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한두개도 아니고 80여개나 가져다가 엮어 놓았다고 하니 말이죠. 마치 세상의 모든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만 같이 말을 합니다. 기대치가 높아질 만도 하지 않나요.

근데 책을 들여다 보면, 매 페이지마다 2%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300페이지도 되지 않는 공간에 80여개의 기업 소개를 하다 보니 마치 한번 보고 잊어버릴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겉은 화려한데 스토리가 부실해요. 소개한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전무하고, 기업을 창시한 사람의 이상에 대해서도 정말 얘기를 안합니다. 세계일주 하면서 대안 기업가들을 만났다면 적어도 앞으로 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기업가 자신이 가진 이상에 대해서는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위키피디아에서 대충 배낀듯한 정보만 나열한다고 좋은 책이 되지는 않잖아요. 적어도 그런 기업을 돌아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개인적인 소견이라도 적었어야 했는데, 그런게 전무합니다. 그냥 기업 홍보만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마치 말머리를 굉장하게 쓴 것에 대한 정당화라도 하려는 듯이 짜맞추는 경향이 있어 기업이 일군 성과에 대한 설명 자체가 매우 막연합니다. 예를 한번 보겠습니다.

  • 환경과 건강을 망치는 살충제를 쓰지 않으면 농작물의 재배가 어렵다. 틀린 생각이다. 아프리카산 말벌같은 자연산 포식자를 이용하면 살충제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 재정상의 이유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가로 백내장 수술을 하기가 어렵다. 틀린 생각이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받고 치료를 해 주면 된다. 값싼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면 해결된다. 참고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 병원은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식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말벌이 어떤 환경적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질 않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면만 부각시킨다는 얘기죠. 고성장 얘기는 거의 모든 기업을 설명하면서 나오는데, 정작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말은 없습니다. 그냥 고성장이라고 말하면 고성장이라고 믿어야 하는 걸까요.

예전에 Common Wealth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 저자가 더 좋은 세상을 건설할 시스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악명높은 지뢰밭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매설된 지뢰는 굉장한 피해를 야기시키니 매설된 지뢰를 모두 회수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말을 하더군요. 솔직히 읽으면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지뢰 문제는 정말로 골치가 아픈 문제이거든요. 지뢰를 제거하면 더 많은 지뢰가 계속해서 매설된다는 소리도 있고, 지뢰 제거에 들어가는 돈은 부패한 아프리카 관리의 손에서 놀아나는 경우도 많아 UN같은 기관에서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지뢰 제거와 연관된 환경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도 너무나 많아서 하나 둘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근데 그냥 제거하라니요. 제거하면 좋은건 알겠는데, 적어도 "제거하기가 어렵다"라는 말은 해 줘야 하는게 책 쓰는 사람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겨냥한 독자층이 평볌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말이죠.

세계를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을 읽으며 그 책이 생각났습니다. 취지는 좋은데, 정작 그런 책을 읽을만한 사람들에겐 별다른 알맹이를 주질 못해요.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요. 아니면 제가 저에게 알맞는 책을 고르는 법을 모르는 걸까요. 시작은 좋았으나 결국 나중에 가선 독자를 속이는 것만 같은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쉽지만 이 책은 실존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괜찮은 책입니다. 적어도 80개의 가능성을 제시하니까 말이죠.

책을 다 읽고 생각이 바뀌면 한번 더 포스팅을 하겠습니다.